냉동실을 열었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봉투 하나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고기 같기도 하고, 예전에 먹다 남은 음식 같기도 합니다.
꺼내서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다시 냉동실에 넣습니다.
“이거 언제 넣었지?”
분명 처음 넣을 때는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면 언제 넣었는지는커녕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헷갈립니다.
냉동실에 넣어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일단 넣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냉동실이 음식을 보관하는 공간에서 음식을 잊어버리는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할 때입니다.
냉동실에 넣는 순간 날짜를 잊어버린다
냉장실에 있는 음식은 비교적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문을 열면 우유도 보이고 반찬통도 보입니다. 오래된 음식이 있으면 색이나 상태가 달라져 눈에 띄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동실은 조금 다릅니다.
봉투와 용기를 차곡차곡 넣다 보면 뒤쪽에 있는 음식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식재료를 앞쪽에 넣을수록 기존 음식은 점점 안으로 밀려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냉동실 깊숙한 곳에서 발견합니다.
이때 가장 곤란한 것이 보관한 날짜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날짜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냉동하기 전에 날짜 하나만 적어두기

냉동실을 관리하려고 모든 식재료를 예쁜 용기에 옮겨 담고 종류별로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복잡한 방법은 처음 며칠만 유지하다 그만두기 쉽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냉동한 날짜를 적는 것입니다.
밀폐용기라면 작은 라벨이나 지워지는 펜을 활용하고,
위생팩이나 지퍼백을 사용한다면 겉면에 날짜를 표시해둘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내용도 짧게 함께 적습니다.
9/30 소고기
9/30 볶음밥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중에 봉투를 열어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비슷한 음식이 여러 개 있다면 어느 것을 먼저 사용할지도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한 번 먹을 만큼 나눠서 넣어두기

대용량 식재료를 그대로 얼려두면 나중에 필요한 양만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한꺼번에 얼어붙은 고기나 많은 양의 밥을 다시 나누려다 보면 결국 사용을 미루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냉동하기 전에 한 번 사용할 양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편합니다.
혼자 먹을 밥이라면 한 끼 분량으로 나누고, 고기나 식재료도 평소 요리할 때 사용하는 정도로 소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확한 무게를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에 꺼냈을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냉동실에 넣는 순간보다 다시 꺼내 사용할 순간을 생각하면서 보관하는 것입니다.
‘먼저 먹을 칸’을 하나 만들어보기
날짜를 적어두더라도 냉동실 안쪽에 들어가 있으면 존재 자체를 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냉동실 한쪽에 작은 공간을 정해 먼저 먹을 음식만 모아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최근에 넣은 음식은 원래 자리에 보관하고,
비교적 오래된 음식이나 빨리 사용하고 싶은 식재료는 이 공간으로 옮깁니다.
그러면 저녁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냉동실 전체를 뒤질 필요가 없습니다.
먼저 먹을 칸부터 확인하면 됩니다.
새로운 식재료를 계속 앞에 쌓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음식을 먼저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장보기 전에 냉동실부터 열어보기

냉동실에 음식이 쌓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있는 식재료를 모르고 다시 사기 때문입니다.
마트에 가서 고기를 샀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냉동실에도 같은 종류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냉동만두, 고기, 생선처럼 자주 사는 식재료는 중복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장보기 목록을 만들기 전에 냉동실을 한 번 열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없는 것을 찾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냉동실에 있는 재료로 한두 끼를 해결할 수 있다면 장보기 목록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냉동실을 가득 채우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냉동실 정리를 시작하면 빈 공간 없이 깔끔하게 채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동실의 목적은 많은 음식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꺼내 먹을 음식을 보관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거나 언제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음식이 많아진다면 보관 공간이 넓어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음식을 넣기 전에 잠깐 기존 음식을 확인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날짜를 적고, 한 번 먹을 만큼 나누고, 오래된 음식은 앞쪽으로 옮기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거창한 냉동실 정리법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냉동실을 열었을 때 언제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봉투가 보인다면 일단 하나만 꺼내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다음번에 새로운 음식을 넣을 때는 날짜 하나만 적어두는 겁니다.
냉동실을 잘 관리하는 방법은 더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잊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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